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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니 - 특별한 하루

초여름이지만 새벽의 쌀쌀한 바람이 부는 5월 4일 이른 아침 7시.

시라부 켄지로는 아침을 알리는 시끄러운 알람소리에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집이 멀기 때문에 학교 기숙사를 이용하는 시라부는 윗층 침대에서 그 소리로 인해 방금 막 깨어난 카와니시에게 오늘 하루 처음으로 생일축하를 받았다.

 

 

 

“켄지로, 생일 축하해. 아 생일선물은 말이야.. 음 이따가 오후 부활동 끝나고 나서 조금만 기다려 줄래?”

 

 

 

시라부는 왜냐고 묻고 싶었지만 자신의 이마에 입을 맞추어준 카와니시의 입가에 핀 미소에 얼굴이 붉어져 말을 못 하고 고개를 끄덕이기만 하였다.

시라부는 이마를 잠시 만지더니 카와니시를 꼭 껴안고 고맙다 말을 했다. 크게 입을 벌려 하품 하며 교복을 입은 뒤 작은침대 위에서 파란 불빛이 반짝이는 휴대전화를 본 시라부는 누군가에게 문자 메시지가 왔다는 것을 짐작하고 휴대전화를 들어 보았다.

 

 

 

‘켄지로, 생일축하해. 엄마가 가서 축하해 주고 싶은데 바빠서 주말에 볼 수 있을 것 같구나. 미안하다. 그리고 우리 아들 사랑하는거 알지?’

 

 

 

시라부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문자를 보고 고맙다는 답장을 보내고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은 뒤 기숙사 문 앞에서 신발을 신고 자신을 기다리는 카와니시와 함께 학교로 향했다.

 

 

 

 

 

 

 

 

시라부는 학교 안에 들어서자마자 모두에게 축하를 받았다.

생일 축하한다는 말은 물론이며, 그의 품에 선물을 안겨주는 친구도 있었고, 등을 치고 웃으면서 축하한다고 말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들의 행동에 시라부의 평소 무표정이였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피었다.

 

 

 

“축하해줘서 정말로 고마워. 선물 잘 받을게.”

 

 

 

그 미소 때문인지 축하를 하던 친구들은 모두 일제히 시라부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자신을 그렇게 놀라면서 보는지 모르는 시라부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카와니시는 그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손을 자신의 입으로 가리켜 미소를 지었다.

 

 

‘미소?’

 

 

아이들은 시라부 네가 방금 미소를 지었다고 말하면서 다들 웃었다. 축하가 끝난 뒤 시라부 주위로 모두가 모여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찍은 사진을 뽑아 그의 손에 건네주었다.

 

 

 

짧지만 기분이 좋았던 학교가 끝나고 하교 후 부활동을 위해 부실로 들어서자마자 부원들이 시라부를 위해 감독님이 오시기 전 몰래 케이크를 준비했다면서 놀래켰다. 시라부는 그들이 자신을 위해 이렇게 신경을 써주었을 줄 모르고 눈을 크게 뜨며 바라보았다. 그런 그의 주위로 모두가 모여 축하 노래를 불러 주었다.

특별한 날이 되면 자기 일처럼 기뻐해주는 부원들이였기에, 시라부는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웃으면서 촛불을 끈 시라부는 텐도의 장난에 코에 생크림이 묻혀진 채로 사진이 찍혔다.하지만 시라부는 이 날 만큼은 너그럽게 봐주기로 하였다. 옆에서 지켜보던 카와니시는 시라부 얼굴을 보며 손수건으로 코를 닦아 주었다.

 

 

 

“켄지로, 오늘은 화를 안 내는거야?”

 

“오늘은 특별히 넘어가 드리는 겁니다. 다행으로 아세요 텐도선배.”

 

“이거 고마운데~ 아 맞다 여기 선물이야~ 부원들이 모두 돈을 모아서 산 물건이니 소중히 여기면 좋겠네~”

 

“감사합니다..”

 

 

 

텐도는 금방이라도 또 장난을 칠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숙여서 그는 자신의 가방 속에서 귀여운 토끼 모양이 그려진 포장지로 포장되어 있는 작은 상자를 꺼내 시라부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평소에 장난이 많은 그였지만 후배의 생일을 기쁘게 챙겨주는 텐도를 보며 시라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물을 바로 뜯어본 시라부는 곧바로 물건을 들어올려 보았다.

작은 노트들과 그 노트에 그려져있는 토끼의 귀여운 얼굴. 그 중 유난히 하얀 노트의 첫장을 펴보았다. 부원들의 편지들. 한페이지 한페이지 마다 정성스럽게 쓴 축하편지들이 눈에 띄었다.

 

 

‘언제 쓰신 거지.’

 

 

편지들을 천천히 읽으면서 작게 웃은 시라부는 카와니시의 편지를 보고 멈칫하였다. 그의 편지에 있는 작은 공간에 자신이 케이크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그 옆에는 ‘켄지로의 생일!’ 이라는 글과 생일을 축하하는 긴 글이 써져 있었다. 그걸 본 시라부는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면서 어느새 미소가 지어진 자신의 입을 가렸다.

 

 

‘타이치 정말 부끄럽게..’

 

 

 

 

 

마지막으로 시라부를 기준으로 모든 부원들이 나란히 서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이내 들어오신 감독님으로 인해 작은 생일 파티는 이렇게 끝났다. 서브연습과 연습경기를 수차례 뛴 뒤 끝난 부활동으로 시라부는 아침에 기다려 달라 말한 카와니시의 말을 떠오르며 샤워실 옆 휴게실에서 다리를 흔들며 기다렸다. 시라부는 기다리는 동안 학교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

 

 

 

“이건..”

 

“켄지로, 오래 기달렸지?”

 

“그다지 오래 안걸렸어.”

 

 

 

사진에 집중한 나머지 카와니시가 샤워실에서 나온지도 몰랐던 시라부는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카와니시는 시라부의 얼굴을 보더니 그가 손에 쥔 사진을 보며 웃었다.

 

 

 

“아하 그거보고 있었구나.”

 

“타이치, 이것 좀 봐. 내 옆에 계속 네가 옆에 있었는데 학교에서 찍은 사진도 그렇고 방금 부원들하고 찍은 사진도 그렇고 엄청 기분 좋아. 선물들도 다 예쁘고.”

 

 

 

카와니시는 기쁜듯이 자신에게 말하는 시라부를 보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손으로 문을 가리켰다.

 

 

 

“이제 나갈까?”

 

 

 

 

 

 

 

 

 

 

 

조용하고 어두운 거리를 걷는동안 카와니시는 말을 꺼냈다.

 

 

 

“켄지로. 카페로 가자. 저쪽에 조금만 걸으면 분위기 좋은 카페가 있어.”

 

 

 

웃으면서 시라부의 손을 잡고 말하는 카와니시에 운동을 하고 난 뒤라 목이 말랐던 시라부는 흔쾌히 수락했다.

늦은 저녁 9시 카페에 도착한 둘은 창가에 가까이 앉아 시킨 음료가 나오길 기다렸다. 시라부는 밤하늘에 비친 별들을 바라보았다. 카와니시는 그의 얼굴을 보다가 도중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자신의 가방을 꺼냈다.

 

 

 

“켄지로, 잠깐만..”

 

 

 

카와니시는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시라부의 얼굴보다 2배가량 큰 하얀 리본이 달린 토끼인형을 시라부에게 안겨주었다.

 

 

 

“이게뭐야?”

 

 

 

카와니시는 장난스럽게 웃으면서 이건 바로 켄지로 생일선물! 이라고 말을 하였다.

 

 

 

“지난주에 시내갔던거 기억나? 그때 네가 다른곳 보고있길래. 그쪽을 보니깐 네 시선이 토끼 인형에게 가 있던걸 보았어. 가지고 싶었던거지?”

 

 

 

풉. 인형 껴안고 있으니깐 마치 토끼같아 켄지로.

 

 

 

두 손을 턱으로 가져다 대고 자신을 보며 웃는 카와니시에 시라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와니시와 토끼인형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는 와중에 음료가 나와 카와니시는 시라부에게 잠시만 기다리라 하고, 음료를 가지러 갔다. 그와 동시에 시라부는 붉게 물든 얼굴을 가리고 인형을 만지며 생각했다.

 

 

 

‘도대체 어떻게 그걸 본거냐고..! 잠깐 본 것 뿐인데..’

 

 

 

음료를 가져온 카와니시는 시라부 맞은편에 앉아 이야기를 하였다.

 

 

 

“여기. 딸기라떼 주문했지?”

 

“고마워.”

 

 

시라부는 음료를 받으면서도 카와니시가 준 인형을 눈에서 떼지 못하였다.

 

“아, 그거 말이야. 원래 딱 12시 되면 주고 싶었거든. 근데 어제 너 12시 전에 먼저 잠들었잖아. 그래서 그냥 여유롭게 저녁에 주기로 해서 지금 준거야.”

 

“아 어제..”

 

 

 

시라부는 전날 피곤하다며 먼저 잠들었다. 카와니시는 그런 시라부의 자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선물을 가방에 넣고 아쉬워 하며 자신도 침대 위로 올라가 잠을 청했었다.

시라부는 그 말에 곰곰이 어젯밤 일을 떠올리다 문득 궁금한게 떠올라 카와니시를 보면서 말하였다.

 

 

 

“그렇구나. 맞다. 타이치, 너 내 생일이 오늘인거 어떻게 알았던 거야?”

 

“내가 우리 시라부 켄지로에 대해선 제일 잘 알잖아 안그래?”

 

“나는 내가 제일 잘 알거든.”

 

“반박 할 수는 없지만, 메모장에 네 생일을 적어놔서 그래. 켄지로 어때 나 잘했지?”

 

“응. 잘했어.”

 

 

 

그러네. 넌 항상 나에게..

 

 

 

시라부가 마시던 음료가 담겨있는 컵으로 입을가리고 웃자 카와니시는 자신의 짧은 앞머리를 만지며 웃었다.

 

 

 

 

카페에서 나온 뒤 시간을 확인하니 바늘은 거의 11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도중 밝은 조명이 깜빡이고 있는 아래 벤치에 앉은 둘은 서로의 어깨에 얼굴을 기대며 손을 잡았다. 아무말도 없었던 도중 먼저 말을 꺼낸 건 시라부였다. 시라부는 카와니시의 어깨에 기대고 있다가 일어나서 그의 얼굴을 빤히 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타이치. 나 오늘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아?”

 

“음~ 역시 내 생각?”

 

 

 

“하? 그것도 맞긴 맞지만! 나는 엄청 행복한 아이구나 하고 생각했어.”

 

“응”

 

“나는 부모님이 자주 바쁘셔서 생일날은 그다지 별 생각이 없었거든. 그래서 생일이 되어도 별 생각이 없었거든 그냥 365일중 평범한 1일 이구나 하고 말이야. 그런데 말이야. 오늘 그냥 평범한 1일이 아니였어. 모두에게 축하받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타이치 너에게 오늘 처음 축하를 받았어. 굉장히 특별한 하루라고 생각해. 나 너무 행복해.”

 

 

 

그리고 생일날 처음 축하를 해주었던 사람이 타이치 너였기에 그 행복함이 배가 되었어.

 

 

 

시라부는 토끼인형을 꼭 껴안고 자리에 일어나 밤하늘을 보면서 말하였다. 카와니시는 그런 시라부를 보며 자신도 자리에 일어났다. 카와니시는 시라부를 바라보며 그의 손에 자신의 손으로 감싸 잡았다. 그리고 시라부를 꼭 안았다.

 

 

 

켄지로.

 

 

 

“너의 생일인 오늘 하루 처음 본 사람이 나였으니깐. 너의생일이 끝나기 직전에 본 사람도 다른 사람이 아닌 나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나 준 것.

나의 연인이 되어 준 것.

나를 항상 좋아해 준 것.

모두 감사히 여겨.

그리고 오늘만큼은 너를 위한 날이니깐.

 

 

 

타이치. 나는 오늘 있었던 일을 절대 못 잊을 것 같아. 너무 행복해. 고마워.

 

 

그리고 이것도 생일 선물이야.

 

 

밝은 조명이 깜빡이는 아래 카와니시는 시라부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맞추었다. 시라부도 그를 안으며 눈을 감았다.

 

 

 

 

‘오늘은 행복한 5월 4일 나의 사랑스러운 애인 시라부 켄지로의 생일이다.’

본 페이지는 편의상 존칭을 생략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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