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샘물
제목: 야... 나 오늘 후타쿠치 켄지 봄...
내용: 나는 도쿄 구석탱이에 있는 카페에서 알바하는 사람임. 어쨌든, 서론은 다 제낄게! 오늘 딱 아침에 오픈하고 점심 넘어서였나...? 내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는 도쿄 구석탱이에 있는 카페라 사람들이 잘 안 옴. 그래서 나 혼자 충분히 알바 해도 괜찮을 정도니까. 갑자기 문이 열리길래, 아, 손님이다. 하면서 솔직히 알바 입장에선 손님 오는 거 귀찮잖아, 안 그래? 고개를 딱 들었더니...! 미친, 후타쿠치 켄지잖아.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누가 봐도 나 후타쿠치 켄지다. 하는 아우라였다고~! 옆에 좀 비대칭 머리 남자랑 같이 있던데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시키더라고, 근데 여기서 내가 본 것 중에 대박인 건 뭔지 아냐? 그 비대칭 머리 남자랑 후타쿠치 켄지랑 손잡으면서 들어왔다고! 지금 이 말 혹시 안 믿을 거면 그냥 게시글 나가도 돼. 하지만 이건 진짜야. 어쨌든 둘이 그렇게 들어와서 두 시간? 정도 앉아서 서로 얘기 나누고 있더라. 그 비대칭 머리 남자 이름도 들었어, 켄... 켄지로였나? 어쨌든 그랬어. 야, 진짜 실화야. 후타쿠치 켄지였어. 분명해.
후타쿠치 켄지는 현재 국내 탑 배우들 중 연기력 하나로 바닥에서 정상까지 찍은 완벽한 사람이었다. 성격도 능글능글, 감독님들과 스탭 분들의 사랑을 받기로도 유명했고, 항상 들어오는 광고나 드라마와 영화까지 온 배우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는 사람, 그를 말하자면 그랬다. 그의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자신의 사생활을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디x패x에서 몇 달 며칠을 후타쿠치 켄지만을 쫓아다녔으나, 촬영장 -> 집 -> 촬영장 코스만 도는 후타쿠치에게 전혀 얻을 수 없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니. 저 글이 이슈화 되면서 후타쿠치 켄지의 그는 누구인가. 라는 말로 매스컴이 떠들썩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
“네! 오늘은 요즘 엄청나게 핫한 배우죠. 후타쿠치 켄지 씨입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엄청나게 핫한 배우 후타쿠치 켄지입니다.”
“어우~ 켄지 씨, 그 능글거림은 여전하시네요! 요즘 켄지 씨 얘기로 온 매스컴이 떠들썩한 거 아시고 계신가요?”
“음, 글쎄요. 알고는 있지만 신경은 안 쓰고 있습니다.”
“오~ 정말 그분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신가요?”
“...어, 글쎄요. 아니에요. 무슨.”
티비를 보던 시라부가 기분이 팍 상한 듯 티비를 끄고 리모콘을 팍 던졌다. 뭐? 아니에요? 개새끼, 후타쿠치. 오기만 해 봐라, 죽여 버릴 테다. 그 다짐과 동시에 비밀번호가 쳐지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시라부는 잔뜩 상한 얼굴로 후타쿠치에게 다가갔다.
“시라부, 나왔... 표정 또 왜 그런데. 무슨 일이야. 나 오늘 뭐 잘못했어? 아무것도 한 거 없는데?”
“정말 아무것도 한 게 없어?”
“당연하지, 오늘은 그냥 광고 촬영만 하고 왔는데.”
“그럼 그 전에 찍은 거겠네. 그분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세여?라고 물어보는데, 뭐?”
잔뜩 씨익거리며 화가 난 시라부에 후타쿠치는 어쩔 줄 몰라했다. 손을 잡으려 애써 했지만 뿌리치는 시라부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후타쿠치도 나름 후타쿠치만의 사정이 있었다. 소속사에선 시라부와의 만남에 대해 반대했다. 아무래도 지금 끌고 있는 인기 또한 관련이 있고, 분명 현재 탑 배우인데 스캔들이 난다면 순식간에 아래로 내려갈 수 있는 게 연예계 바닥이니까.
“시라부, 나 봐봐. 응? 켄지로. 기분 풀고 나 좀 봐 줘.”
벌써 기분이 많이 상한 켄지로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얼굴 조차도 보기 싫다며 문을 쾅 닫고 들어간 시라부에 후타쿠치는 한숨을 쉬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올렸다.
-
후타쿠치와 시라부가 만나게 된 건 대략 2년 전이었다. 그날은 유난히 달이 예쁘게 뜬 밤이었고, 후타쿠치는 지인을 소개 시켜 준다는 자리에 뭐 일 년에 몇 번 정도는 이렇게 친목도 쌓아야지. 하는 생각에서 나간 술자리였다. 시라부는 그 당시에 막 방송 일을 시작했을 때였다. 연출팀 막내로 따라온 술자리에는 아직은 막 지금처럼 뜨기 전인 후타쿠치를 만나게 됐었다.
“켄지 씨는 어쩜 그렇게 점점 연기력도 늘고 잘생겨져?”
“제가 원래 한 미모 하잖습니까, 하하.”
“...지랄하네...”
모두들 어리둥절한 얼굴로 욕을 읊조린 곳을 찾아 시선을 돌렸다. 혼자서 계속 받으라며 준 술을 다 마신 시라부가 빨개진 얼굴로 후타쿠치를 빤히 보고 있었다. 아, 저 새끼 취했구나.
“존나... 잘생기지도오 않아쓰면서... 너 만마내? 내가 막내라구 만만하냐고오....”
“아, 아하하! 우리 시라부 씨가 많이 취했나 봐. 미안해 미안!”
“괜찮습니다, 귀엽네요.”
그런 시라부의 모습에서 귀여움을 느꼈었던 후타쿠치였다. 새빨간 얼굴로 베시시 웃는 모습에 후타쿠치는 다시 그 웃는 모습을 한 번 보고 싶다라고 생각했다. 그 일이 있고 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시라부네 예능 프로그램에 후타쿠치가 나가게 되었다. 시라부의 얼굴을 보자마자 후타쿠치는 시라부에게 다가갔다.
“그때 기억하시죠?”
“무,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처럼 베시시 웃는 모습은 빠졌지만, 새빨게진 얼굴로 허둥대는 모습에 아, 정말 연락처를따야겠다라고 생각했다. 무작정 촬영이 끝난 후 제 핸드폰을 건네는 후타쿠치에 시라부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쳐다봤다. 무슨 개수작이지 이 새끼.
“번호 주세요.”
“네?”
“그쪽 번호가 궁금해서요. 그냥 뭐 이상한 곳에 쓰이는 거 아니니까 번호 좀 주시겠어요?”
어버버한 표정으로 시라부는 후타쿠치의 핸드폰에 자신의 번호를 꾹 꾹 눌러 주었다. 나, 후타쿠치 켄지예요. 누군지 알겠죠? 첫 연락의 시작이었다. 시라부는 그저 자기가 잘생긴 줄 아는 미친놈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잘 맞는 구석도 있었고, 서로 공감대도 많았다. 좋아하는 음식도 괜찮은 편이어서 종종 같이 식사도 즐기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마음을 열게 된 시라부였다. 그로부터 한 달 뒤, 후타쿠치나 시라부나 서로 좋아한다는 감정을 확실하게 잡은 그날에 후타쿠치는 시라부의 손을 잡고 말했다.
“켄지로, 내가 널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는 그런 시시껄렁한 말은 하지 않을게. 하지만 네게 있어서 제일 든든한 사람이 되고 싶어.”
그날 유난히 달빛은 밝았고, 가로등이 예쁜 조명을 내려 주자 그 아래서 처음으로 한 첫키스였다. 서로에게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지만.
-
며칠 내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후타쿠치를 받아 주지 않은 시라부는 알면서도 괜히 속상해서 틱틱거리기만 했다. 다 아는데, 이해하기로 했잖아. 혼자 몇 번을 되새겨도 속상한 건 속상한 것이었다. 문득 달력을 보다 내일이 자신의 생일이라는 것을 기억해낸 시라부가 애꿎은 달력만 덮어뒀다. 생일이 무슨 소용이냐, 짜증만 난다.
-
다음날 여전히 후타쿠치와 시라부는 냉전이었고, 시라부를 달래다 자신이 지친 후타쿠치도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고 있었다. 오늘은 후타쿠치의 생방송 토크쇼가 있는 날이었다. 시라부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방송국으로 향했다.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시라부의 핸드폰이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뭐야, 나한테 연락 올 사람들이 없는데...? 시라부는 급하게 핸드폰 잠금을 해제 시켰다.
- 헐 야 켄지로 ㄹㅇ 후타쿠치랑 사귀냐?
- 후타쿠치랑 연애하신다면서요?!
이게 무슨 소린가 시라부는 어리둥절해 있었다. 급하게 카와니시에게 온 전화를 받자마자 지금 당장 티비를 켜 보라는 소리에 티비를 켜자, “후타쿠치 켄지, 시라부 켄지로와 연애 중임을 밝혀.”
“후타쿠치 씨, 그땐 그 남자와의 관계에 대해서 부정하시던데~ 정말인가요?”
“부정이 아니였어요~ 그저 말할 타이밍을 놓쳤을 뿐이죠. 그 남자랑 만나고 있는 거 맞습니다. 꽤나 예쁘게 사귀고 있고요, 잘 맞는 점도 꽤 있습니다. 한 번 싸우면 좀 오래 가긴 하지만 그래도 제 예쁜 애인이니까요.”
후타쿠치의 말에 진행자가 당황한 듯한 기색을 잠깐 내보였다 얼른 정리를 했다. 후타쿠치의 발언은 꽤나 폭발적이었고, 그가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네요. 애인 분께 한 말씀해 주세요 진행자의 말에 후타쿠치가 웃으면서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봤다.
“켄지로, 저번에 당당하게 얘기하지 못한 거 미안해. 오늘 네 생일인데도 제대로 밥도 같이 못 먹어 줘서 미안하고, 오늘은 저녁에 예쁜 레스토랑 가서 오붓하게 와인 한 잔 하면서 지내자. 많이 미안하고 사랑해.”
그날 실시간 검색어
1. 후타쿠치 켄지
2. 후타쿠치 켄지 애인
3. 시라부 켄지로
4. 후타쿠치 켄지 열애
결국 먼저 전화를 건 시라부가 후타쿠치에게 기분 좋은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해댔다.
“멍청아, 거기서 그걸 얘기하면 어떡해. 나 지금 핸드폰 터질 거 같다고. 그리고, 너 누가 상의도 없이 그렇게 얘기하래!”
“그래도 나쁘지 않았잖아, 다들 응원하는 분위기고. 시라부 너도 원했던 거 같고. 네 생일이니까 큰일 한 번 해 봤어. 이때까지 좋게 챙겨 준 적 없었잖아.”
“야, 그래도 그렇...”
“예쁜 켄지로 씨, 이제 나랑 당당하게 손잡고 길거리 데이트하면 돼. 예약한 레스토랑 있는데 지금 출발 안 하면 못 먹어.”
처음 봤을 때 그 새빨갛게 달은 얼굴에 베시시 미소를 짓는 시라부, 속으로 정말 큰 생일 선물을 받은 기분이야...라고 생각했다. 후타쿠치의 차를 타고 가는 길의 저녁 밤 풍경은 너무 예뻤다. 꼭 세상이 까만 밤이 아니라, 예쁜 핑크빛으로 물드는 느낌이었다.